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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영끌과 빚투 사이에서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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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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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규제가 전방위로 펼쳐지면서 젊은층의 `영끌 매수(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가 사그라들고 있다. 대신 개미투자자들의 `빚투(신용대출 등으로 빚내서 투자하는 것)`가 화두로 부상한 상태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대주주 폭이 넓어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셈은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적잖은 개인투자자들이 세금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영끌과 빚투 사이에서 하던 저울질도 한계에 부딪치자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여당에서는 주식시장에 세부담을 강화하는 정책을 강행했다가 자칫 개인투자자 민심이반과 함께 젊은층 표심을 잃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이 가동되기 전에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려는 개미 투자자들이 늘면 시장이 폭락할 것이란 걱정도 고개를 들었다. 그렇잖아도 주식 양도세가 신설되는데 거기에 대주주로 분류돼 가중된 세금을 물지 않을까 걱정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적잖아서다. 여권에서도 폭락장 우려가 전해지자 일부 의원은 소득세법 시행령을 유예시키겠다는 의지까지 공공연히 밝히고 나섰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특정 종목에 대한 보유지분이 1% 이상이거나 보유액이 10억 원 이상이어야 대주주로 분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소득세법이 바뀌고 개정된 시행령이 적용되는 내년 4월부터는 특정 종목의 주식 보유액이 3억원 이상이기만 하면 대주주로 친다. 문제는 보유액에 본인 주식만이 따지는 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자녀)의 주식까지 합산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개인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대주주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일단 대주주로 분류되면 해당 주식을 팔아 이익을 볼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차익의 22~2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제 정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는 적자재정이 급격하게 늘어가는 마당이니 세수를 늘리는 방향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 아래 주식 거래에 따른 이익 과세를 하겠다는 것인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론 동향에 따라 미세 조정을 해나가며 부작용을 줄이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래도 역시 큰 틀은 과세 쪽에 맞춰져 있다.

기재부가 얼마전 발표한 상장 주식 양도세 부과 계획도 매달 원천징수한다는 방침이었지만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연말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고, 펀드에 대한 차별 과세 우려도 손질을 통해 보완하기로 했다. 다만 주식 양도세 자체에 대한 철회는 없다는 게 확고하다. 대주주 요건 변경과 관련된 사안의 경우 일정 기간 유예를 할 지, 아예 요건 자체를 완화하는 쪽으로 손질을 할 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의 금융당국 행태를 봐서는 여론 향방에 따라 다소간의 변화가 모색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여당 일부 의원들 외에 기획재정부나 세법 개정 주도권을 가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반발이 확산되는 것이다.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려는 것인가" 라며 정부 주식투자 과세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글이 늘어나는 게 그런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얼마전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57조원을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SK바이오팜 때도 30조원이 넘는 청약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대박` 가능성이 점쳐지는 공모주에 몰리는 돈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주택시장이 막히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곧이어 나올 빅히트, 카카오뱅크 등 이른바 `공모주 대어`들에 쏠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연히 은행의 가계대출은 급증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에 달했다. 7월에 비해 한 달만에 11조7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월별 증가폭으로는 2004년 가계대출금을 집계한 이후 최대다. 작년 8월에 비하면 1.5배가 넘게 늘었고 2년전과 비교하면 2배 증가한 수준이다. 주택담보 대출이 6조1000억원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겠지만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이 5조7000억원이나 급증한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빚투와 함께 가계부채가 이처럼 치솟고 있으니 금융당국의 고민도 적잖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되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옮겨 가는 풍선효과만 빚어지는 실정이다. 공모주 청약과 주식에 `빚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예·적금 잔액도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진다. 영끌 주택매수가 막히니 주식 빚투로 돌아서는 투자자들을 두고 정부와 여당의 고민이 깊겠지만 지나친 투자자 억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 투자이익에 과세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무리하게 정책을 관철시키려다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당국은 투자 의욕을 꺽지 않는 선에서 신용대출 급증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묘안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게 좋겠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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