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선박 발주사를 '유럽 선사'라고만 밝혔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주는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기단반도 인근에서 LNG를 생산하기 위해 대형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LNG 운반선 건조 기술을 키우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즈베즈다 조선소를 통한 우회 발주를 시도했다. 한국에서 선박 블록을 제작하고,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식이다. 이번 계약의 척당 단가가 2억 5000만 달러로, 3억 달러 안팎인 쇄빙 LNG 운반선보다 선가가 다소 낮게 책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차세대 기술인 LNG 운반선을 모두 외국에 발주하는 것에 관해 부담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도 러시아는 이런 방식으로 쇄빙 LNG선 5척을 발주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와 공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대우조선해양은 "유럽 선사와 LNG 운반선 6척에 대한 2조274억원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계약 건도 러시아 북극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 운반선 판매·공급 계약이다. 척당 단가는 약 2억 9000만 달러였다.
이번 계약으로 러시아 북극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 운반선 전량을 한국 조선 업계가 수주하며, 러시아 북극 프로젝트 발주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과 러시아의 LNG 관련 협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한국의 LNG 운반선 기술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이벤트"라며 "한국은 러시아에서 생산할 LNG의 주요 소비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추후 건조 계약 등 양국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누적 수주액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목표액(85억 달러)의 45%에 불과하지만, 이번 계약으로 '수주 절벽'은 피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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