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상자 70만명…세액 4조원대
"정책 실패인데 세금만 뜯어가" 1주택자 불만
서울 63빌딩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모습. /한경DB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에 사는 40대 중견기업 직장인 윤모씨또 뜻밖에 고지서를 받았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공시가격이 9억4500만원으로 뛰면서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됐다. 그는 "종부세와 재산세 등과 합치면 보유세가 300만원 가까이 된다"며 "대출 갚으며 살고 있는데 세금까지 내려니 월급쟁이 입장에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고가 주택이나 토지를 갖고 있는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국세다. 고가 주택의 기준점은 공시가격 9억원(1가구 1주택)인데, 주택을 두 채 이상 소유하면 합산 가격이 6억원만 넘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는 59만5000명, 세액은 3조3471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오른 데다 종부세 계산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까지 겹쳐 종부세 납부자가 70만명을 넘어서고, 세액도 4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5.98%, 서울은 14.7%에 이른다. 시세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1.1%였다.
종부세 급등에 대해 올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고가 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공시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크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의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 보유자의 경우 작년 종부세가 281만7480원에서 올해 494만820만원으로 1.7배 이상 올랐다. 이 아파트는 내년 종부세 예상액이 928만8630원으로 1000만원에 가까워지고, 후년에는 1474만680원으로 불어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보유자는 작년에 종부세로 402만4920원을 냈지만, 올해는 694만4340원으로 오른 고지서를 받게 됐다. 이 아파트 종부세는 내년에는 1237만2570원으로 오르고 후년에는 2133만4095원으로 뛴다. 다주택자는 세금 증가 상한선이 1주택자보다 높아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를 보유한 한 1주택자는 "내년부터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1000만원을 훌쩍 넘긴다"며 "내 집에 살면서 월세 150만원씩 주고 살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한 카페회원은 “종부세가 1년에 2배씩 오르는 것 같다”며 “월급쟁이들도 세금내기 벅찬데 은퇴한 분은 오죽 하겠나”고 허탈해했다. 다른 회원은 “서울의 대부분 아파트가 다 고가주택 기준에 근접했다”며 “정부는 세수 확보하려고 계속 집값을 올리는거냐”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등 주택보유자들에게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양도세 등 거래세를 크게 늘려서 정작 집을 팔지 못하도록 죄다 막아둔 상태라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라도 종부세를 내는 것이 낫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아니라 결국엔 세입자가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올릴수록 집주인은 전·월세를 올려서 이를 회수하려 할 것”이라며 “전세난에 허덕이던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전세에 들어가면, 결국 세입자가 집주인의 종부세 부담까지 안게 되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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